2차창작 소설

[동방] 레이센의 인사말

서명수 2026. 2. 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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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긴장감에 심장이 평소보다 살짝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눈을 뜨니 적갈색의 마이라도[1]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가 보았다면, 자단나무로 만든 문이라고 할만한 색상과 질감이었지만, 고분자 물질로 만들어진 물건임을 모르지는 않아서 긴장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고자 속으로 쿡쿡 웃으며, 오른손의 손등으로 문을 세 번 살짝 두드렸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리고 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들어오려고 하는 걸까?

 

 

 

그 목소리는 맑고 청아한 것이 참으로 듣기 좋았지만, 미라고 하는 개념은 언어로 표현하고자 한다면, 그 본질을 제대로 간직하지 못하고 천박하게 변하는 그러한 성질이 있었기에, 그 목소리에 대해서는 느낄 수만 있었을 뿐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항상 듣는 목소리였기에, 그 목소리에 감탄할 시간이 내게 주어지지는 않았고, 음색의 감상이나 평가가 아닌, 어조와 표현을 통해 문 너머에서 내게 다가오는 의사에 대해서 판단해야 하는 의무가 내게 주어졌다.

 

 

 

공주님께서 저런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면, 누가 들어오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아시지만, 어딘가 장난을 치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저렇게 말씀하신 것이겠지.

 

그렇다면, 그 장난에 살짝 어울려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도 하니까, 적당히 맞춰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대체 어떤 상황극을 원해서 저렇게 말씀하신 것일까?

 

문을 두드리고, 누가 들어오려고 하는지 묻는 것이라면, 일상적인 대화에서 성립될 법한 의사소통이기는 하지만, 공주님께서는 이미 내가 들어오고자 하는 것을 알고 계시는 듯하니, 어떤 다른 목적에서 내가 들어오려고 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내게 저런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닐까?

 

그럴 지도 모르겠다.

 

최근 바깥세계의 매체를 접하는 일이 많아졌고, 내게도 그러한 매체를 접하고 또한 익히는 것을 권유하신 만큼, 조금이라도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잠깐 생각을 정리하고자 왼손으로 턱을 살짝 쓰다듬으니 갑자기 떠오른 것이 생겨서 살짝 확인하고자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분명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고자 하는 상황에 누가 들어오려고 하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을 바깥세계 인간들의 매체에서 접한 게 기억난다.

 

분명 합스부르크 가문과 관련된 것이었을 텐데….

 

그런데 그것이 장례와 관련된 것인 만큼 해도 괜찮을 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도 장례과정에서 작용하는 관습과 같은 것인지라 그러한 것을 함부로 농담거리로 삼는 것은 지상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고인을 모욕하려는 의도 없이, 그저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행위로 그 본질을 바꿔버린다면 충분히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기에, 일단 공주님께 최대한 맞춰보는 것이 좋겠지.

 

아마도 그럴 것 같다.

 

 

 

그 생각을 끝으로 혹시라도 목소리가 갈라져서 상황을 저해하지는 않을까 하여, 목을 한 번 가다듬은 후에 문 너머를 향해 목소리를 올렸다.

 

 

 

“레이센 우동게인 이나바. 영원정의 영원한 주인이시며, 위대하신 불세출의 영웅, 현세와 내세를 막론하여 최고의 미를 품고, 또한 만방의 길을 알리는 북두칠성보다 밝게 빛나시는 별이신 호라이산 카구야 폐하와 폐하를 보좌하는 국사무쌍의 관백[2] 야고코로 에이린 전하의 충용무쌍한 좌대신[3]이자, 히타치국[4], 카즈사국[5], 코즈케국[6]의 국사[7]이며, 츠쿠시국[8], 이나바국[9]의 국사이자—.[10][11][12][13]

 

“푸흡, 레이센 그게 뭐니…. 그런 식으로 맞장구치기를 원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어.

 

 

 

공주님께서 쿡쿡 웃는 소리에 괜히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아서 입에서 무어라 말이 나오지 않아서, 그저 멋쩍게 따라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내 웃음소리를 들은 공주님께서 다시 내게 말씀하셨다.

 

 

 

“퍽 재밌었으니까, 이제 들어와도 돼.

 

 

 

괜히 과장해서 말했나 싶지만, 그래도 공주님께서 즐거워하신 것 같으니 나쁠 건 없겠지.

 

이렇게까지 공주님의 장단을 맞출 수 있는 존재가 나 말고 또 누가 있을까?

 

, 스승님께서 계시는구나.

 

테위도 가능할 것 같고, 여러모로 영원정의 분위기가 이렇게 밝을 수 있는 건 공주님의 취향을 잘 맞출 수 있는 모두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겠지.

 

 

 

공주님의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는 않는 것은 저 말이 곧 사실임을 증명하는 것을 넘어 당장이라도 들어오라는 재촉을 의미하는 것과 같았기에,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



[1] 마이라도(舞良, まいらど) : 일본 전통의 미닫이 문으로, 문에 가로로 나무가 덧대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2] 관백(, かんぱく) : 일본의 관직으로 성년 천황이 있을 때 정무를 통괄 및 조정, 그리고 보좌하는 최고 관직에 해당한다. 천황이 성년이 아닌 경우에는 대리 통치의 성격이 강한 섭정(, せっしょう)과 함께 섭관정치(摂関政治, せっかんせいじ)를 이루었다. 관백은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へいあんじだい, 794~1185 혹은 1192) 중기에 해당하는 880년대에 본격적으로 성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관백은 천황의 결재를 전제로 하지만, 조정의 의사결정 흐름을 사실상 주도하는 관직에 해당한다.

[3] 좌대신(左大臣, さだいじん) : 일본 율령제의 핵심 관직으로 천황의 조정이 실제로 굴러가는 행정의 최상층에 가까운 관직에 해당한다.

[4] 히타치국(常陸, ひたちのくに) : 일본의 율령국이며, 현재의 이바라키현 대부분을 해당한다. 친왕임국에 해당한다.

[5] 카즈사국(総国, かずさのくに) : 일본의 율령국이며, 지금의 치바현 일부에 해당한다. 친왕임국에 해당한다.

[6] 코즈케국 (上野, こうずけのくに) : 일본의 율령국이며, 지금의 군마현 대부분에 해당한다. 친왕임국에 해당한다.

[7] 국사(, こくし, くにのつかさ, くにのみこともち) : 일본 율령국의 행정을 총괄하는 지방관을 의미한다.

[8] 츠쿠시국(筑紫, つくしのくに) : 일본의 율령국이었으며, 701년에 제정된 다이호 율령(律令, たいほうりつりょう)이 제정되기 이전에 치쿠젠국(筑前, ちくぜんのくに), 치쿠고국(筑後, ちくぜんのくに)으로 분할되었다. 현재의 후쿠오카현 일대에 해당한다.

[9] 이나바국(因幡, いなばのくに) : 일본의 율령국이며, 현재의 돗토리현 동부에 해당한다.

[10] 친왕임국(親王任, しんのうにんごく) : 일본에서 천황(天皇, てんのう)의 아들인 친왕(親王, しんのう)이 지방관인 국사(, こくし, くにのつかさ, くにのみこともち)로 임명되는 율령국(律令, りつりょうこく)을 의미한다. 다만, 임명되더라도 친왕이 국사로 부임하여 업무를 보는 것은 아니고, 대리인을 보내서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11] 다이호 율령(律令, たいほうりつりょう) : 701년을 기점으로 몬무 천황(文武天皇, もんむてんのう)이 행한 개혁으로 제정된 일본의 율령을 의미한다. 과거의 개혁과 선행 규범을 바탕으로, 관등, 관제, 지방행정의 운영을 재정렬하였으며, 국가운영의 표준이 마련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2] 몬무 천황(文武天皇, もんむてんのう, 683~707) : 일본의 제42대 천황(재위기간 : 697~707)으로 몬무 천황의 재위기간에 다이호 율령이 제정되었다.

[13] 율령국(律令, りつりょうこく) : 영제국(令制, りょうせいこく)라고도 한다. 고대 일본의 율령제(律令制, りつりょうせい)에 기반하여 쿠니()라는 행정 구역 단위로 지방을 구분하고 정립한 것을 의미한다. 메이지 시대(1868~1912) 초기까지는 지방 행정 구역 단위로 기능하였으나, 1871년 폐번치현(藩置県, はいはんちけん)의 영향으로 행정 구역의 의미를 상실하고 지방의 문화적 요소로 남게 되었다. 현대에도 율령국의 명칭이 지명이나 특산품에 사용되는 사례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