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창작 소설

[동방프로젝트 2차창작 소설] 비봉취중담화기록(秘封醉中談話記錄) 샘플 3~7p

서명수 2026. 1. 12. 22:19

 

비봉취중담화기록(秘封醉中談話記錄) 샘플의 링크입니다.

비봉취중담화기록(秘封醉中談話記錄) 샘플 3~7p : https://seomsu.tistory.co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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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취중담화기록(秘封醉中談話記錄) 샘플 15~18p : https://seomsu.tistory.com/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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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점의 자동문이 열리자 눈에 들어온 것은 야마시로국[1][2]의 설경이었고, 그에 걸맞은 한기가 피부로부터 느껴졌다.

 

가게 안의 난방에 길들여져 바깥의 공기에 대해 잊은 것인지, 그게 아니면 새로운 적응이 필요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막상 차가운 공기에 의해 혈관이 수축하는 것을 느껴보니 밖으로 나가기 보다는 계속 실내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많은 사람이 밟지 않은 눈을 보는 것만큼은 눈을 조금이나마 즐겁게 해주는 것이었기에, 그저 멀리서 하얗게 물든 풍경을 보면서 추위가 가실 때까지, 그게 아니라면 추위에 적응할 때까지 가만히 있고 싶었다.

 

물론, 도로에 쌓여 차에 밟히기를 반복하여 검게 변해버린 눈은 보고 싶지 않았기에, 장갑 낀 손으로 도로를 살짝 가리니 그럴싸한 그림이 나와서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고 말았는데, 이런 내 모습에서 어딘가 갑갑함을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뒤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메리, 뭔가 더 살 게 떠오른 거야?”

 

 

 

맑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하얀 리본으로 장식된 검은 페도라를 쓰고 있는 한 명의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추운 겨울이기에 다른 계절과는 달리 케이프 대신 두꺼운 검은빛의 코트를 입고 있었지만, 사람이 옷을 결정하지, 옷이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누구인지 못 알아볼 것은 전혀 아니었다.

 

그 갈색 빛깔이 도는 검은 눈이 시간과 공간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내 눈앞에 있는 한 명의 사람에 대해서라면 남들보다는 많이 알고 있음을 충분히 자신할 수 있었다.

 

특히 그 눈동자 색과 비슷한 머리카락, 그것도 단발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보다는 짧은 길이에 특징적인 하얀 리본을 묶기 위해 일부러 기른 옆머리가 자라나는 모공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는 두개골, 그리고 그 두개골이 보호하고 있는 그녀 자신의 뇌를 두고 막스 플랑크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자부했던 다른 누군가가 들으면 그 낯뜨거운 사실은 아마도 나만이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사실에 다시 웃음이 나올 것 같았는데, 어차피 표현을 참을 이유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으니, 이번에는 눈이 아닌 눈앞의 여성을 향해 미소 지었다.

 

 

 

비록 자신을 향해 웃음을 내던졌지만, 그녀의 순수한 인상이라고 할 수 있을 법한 얼굴은 일그러지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향해 미소를 되돌려주고 말았는데, 그 만면이 눈에 들어오니 어딘가 얼굴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아무리 춥다고 하더라도 오늘 날씨는 극심한 한파라고 부르기에는 한참 모자란 측면이 있었고, 얼굴에 동상이 걸릴 일은 만무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기에, 이러한 반응은 안면이 온도를 느끼는 감각에 문제가 생겨서 일어났다고 하기 보다는 정신에 의해 발생한 일종의 감정 표현으로 해석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반응이 왜 일어났는지 상대가 알지 못했으면 할 따름인지라 추위에 내 얼굴이 상기된 상태라고 애써 정당화하고자, 그리고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하여서 그저 입을 다문 채로 상대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눈에 들어오는 그녀의 낯빛은 참으로 곱다고 할 수 있었는데, 어째서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스스로는 알고 있지만, 상대의 생각도 나와 반드시 동일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기에 애써 마음 한 구석 저편으로 던져버리고자 더더욱 입을 다문 채로 미소 짓고 있으니, 갑갑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내 상태를 걱정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번 더 내게 말을 걸어왔다.

 

 

 

메리, 괜찮아? 뭔가 보이거나 그래?”

 

 

 

기대감이 아주 약간이나마 섞여 있는 것 같지만, 그 기본적인 정서는 걱정과 갑갑함과 같은 일상적인 요소가 그 배경을 차지하고 있기에, 그 한마디에서 반발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 눈에 어떤 것이 보이는지 아는 상대에게 그 무엇인가가 보인다고 거짓말을 하는 건 참으로 좋지 않고, 상대를 크게 기만하는 일이기도 하고, 앞으로의 인간 관계를 훼손하는 행위이기도 하기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침을 한 번 삼키고는, 가볍게 고개를 젓고는 그녀에게 대답했다.

 

 

 

아니, 아무것도. 그저 눈을 구경하고 있었을 뿐이었어. 야마시로도 설국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터널이 아니라 자동문을 빠져나온 것이지만.”

 

일단 빠져나오자마자 설경을 마주했다는 게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미 여기까지 오면서 눈은 실컷 봤으면서.”

 

 

 

그렇게 말하고는 피식 웃는 그 모습에 나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웃음에서는 비웃음의 징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나오는 반응과도 같아서 눈 앞에 있는 그녀에게도 불쾌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 겨울에 하얀 눈을 보는 건 꽤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해.”

 

그러면, 식료품점 앞이 아니라 사가노[3]에서 보는 게 차라리 낫지 않아?”

 

거긴 야마시로가 아니라 탄바국[4]이잖아.”

 

요즘 그런 걸 누가 세세하게 따진다고. 일단 교토잖아.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전체적으로는 야마시로 쪽이라고 보는 게 알맞고.”

 

그런가….”

 

사실 이곳 기준으로는 외국인이기도 해서 잘 모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방금 들은 그 말 그대로, 어디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장소의 본질에 있는 것이니까.

 

행정 구역은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는 게 아닌 이상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하니 내가 굳이 신경 쓸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겠지….

 

 

 

내가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고 생각했는지, 눈 앞의 상대가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것이 마치 자신의 의견에 쐐기를 박고자 하는 것처럼 보였고, 내게는 주장을 할 이유도 근거도 없었기에 그저 그 끄덕임에 맞추어서 함께 고개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수긍한 것에 만족감을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씨익하고 한 번 웃은 그녀는 자신의 의도를 내게 전달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러니, 메리 씨, 이제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밖은 많이 춥거든요.”

 

 

 

어투는 물론이고 목소리에서도 장난기가 섞여 있는 것이 썩 재미있어서 웃음이 살짝 터져 나오고 말았는데, 그것이 상대도 원하던 바였는지 나의 웃음소리에 맞추어 함께 웃기 시작했다.

 

다른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본다면, 그다지 재밌지도 않은 일로 서로 깔깔 웃는다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재미라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고, 누군가에게 재밌는 것은 다른 누군가에게 지루한 것일 수도 있고, 또 그 반대 또한 성립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기에 타인의 시선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자 하였다.

 

다행히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닫혀버린 자동문 앞에 서있는 것은 나와 내 눈 앞의 그녀, 합하여 총 두 명인지라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의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서 원활한 상태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의 장난이 나를 위한 것임은 나무도 자명한 것이었기에, 그 호의를 무시할 수는 없어서 나 또한 그 장난에 어울리기로 하였다.

 

 

 

그렇네요, 렌코 씨. 이렇게 추운 날에 눈을 구경하다가 감기에 걸리면 그것도 참 큰 일이니까요. 그것보다 지금이 몇 시인지 알 수 있을까요?”

 

 

렌코의 눈은 나의 눈과는 전혀 달라서 어떻게 된 것인지 시간과 공간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기에 참으로 신기하다.

 

내가 볼 수 없는 세상을 본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에 대해 한 번 제대로 물어보고 싶지만, 지금 이



[1] 야마시로국(山城, やましろのくに) : 일본의 율령국 중 하나로, 현대의 교토부 남부에 해당하며, 교토시의 경우 우쿄구(右京, うきょうく), 사쿄구(左京, さきょうく)를 제외한 교토시 대부분에 해당한다. 헤이안 시대(794~1185)에서 에도 시대(1603~1868)까지 일본의 수도라고 할 수 있었던 헤이안쿄는 야마시로국에 속했다.

[2] 율령국(律令, りつりょうこく) : 영제국(令制, りょうせいこく)라고도 한다. 고대 일본의 율령제(律令制, りつりょうせい)에 기반하여 쿠니()라는 행정 구역 단위로 지방을 구분하고 정립한 것을 의미한다. 메이지 시대(1868~1912) 초기까지는 지방 행정 구역 단위로 기능하였으나, 1781년 폐번치현(藩置県, はいはんちけん)의 영향으로 행정 구역의 의미를 상실하고 지방의 문화적 요소로 남게 되었다. 현대에도 율령국의 명칭이 지명이나 특산품에 사용되는 사례가 존재한다.

[3] 사가노(嵯峨野, さがの) : 교토시 우쿄구의 지명으로 대나무 숲(竹林の小, ちくりんのこみち)으로 유명하다. 대나무 숲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아라시야마(嵐山, あらしやま)로 검색하면 된다.

[4] 탄바국(丹波, たんばのくに) : 일본의 율령국 중 하나로 현대의 교토부 일부, 오사카부 일부, 효고현 일부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