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창작 소설

[동방프로젝트 2차창작 소설] 마차철도 기관사 세키반키 씨의 일일 1편(馬車鉄道機関士赤蛮奇之一日・一) 29~33p

서명수 2026. 2. 23. 23:16

환상의 벗(幻想之友) 2025년 7월호(제1호, 창간호)에 투고한 원고인 마차철도 기관사 세키반키 씨의 일일(馬車鉄道機関士赤蛮奇之一日・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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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색과 홍색의 서로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는 맑은 눈동자가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것을 보니, 그 눈만큼은 꽤 아름다워 보였다.

 

놀란 기색을 숨기지 않고, 코가사는 활짝 웃으며 내게 말했다.

 

 

 

반키 쨩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걸! 고마워! 덕분에 오늘 정말 힘낼 수 있겠어! 그럼 나중에 봐!”

 

 

 

다시 몸을 돌려서 걸어가는 코가사를 보고 있으니 출발을 알리는 종이 울려서 뒤를 보니 안내양이 싱긋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부끄러운 꼴을 보인 것 같아 얼굴에 열이 살짝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혹여나 얼굴이 붉어진 것은 아닌가 의심되어 바로 고개를 앞쪽으로 돌리고, 선로를 따라 계속해서 걸었다.

 

무게가 굉장히 가벼워진 것이 이젠 안내양 말고 아무도 타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괜히 말했을까?

 

부끄러운 짓을 해버리고 말았네.

 

하지만, 후회되지는 않는 게, 뭔가 달라진 것이라도 있는 걸까?

 

나도 그 스트레스인가 무엇인가 하는 그런 것이 많이 쌓여서 이러는 걸까?

 

잘 모르겠다.

 

그래도 친구를 격려하는 게 나쁜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표현하기 힘들어서 자주 하지 않았을 뿐, 나라고 해서 모두를 배제하고 혼자서 살아가고자 하는 게 아니니까.

 

애당초 그걸 지향했다면, 이곳에서 살지 않고 어디 다른 곳에서 혼자 살면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았겠지.

 

그렇지만, 그러고 싶진 않아.

 

카게로우나 히메도 마을 밖에서 지내고 있지만, 자급자족이 아닌 무언가를 사냥하거나 만들어서 돈을 벌고, 그걸로 필요한 것을 사면서 살고 있으니까, 스스로를 유폐하고 자급자족하는 삶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고.

 

그저 타자와 어울리기 싫을 뿐,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니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람….

 

 

 

어쩌면 이게 외로움이라는 것일까?

 

아마도 그렇겠지.

 

이런 걸 느껴본 적이 없었던 건 아니니까.

 

그렇지만, 왜 이런 걸 지금 느끼는 걸까?

 

여름이라 더위를 먹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쌓인 게 많아서 그런 걸까?

 

뭐가 되었든 이 감정 자체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니까, 씁쓸하지만, 내 마음이니까, 그 원인에 대해서 지금 굳이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요괴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고 기니까.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또 이런 느낌을 마주하는 때가 오겠지.

 

그게 오늘 밤일 수도 있고, 어쩌면 아무 먼 미래일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지금은 일을 해야 하니까, 이런 생각을 할 이유가 없다.

 

지루한 시간이라도,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기에, 일할 때는 일에 집중하는 게 나를 위해서도 좋겠지.

 

무사고 0일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지는 않고.

 

 

 

걷고 또 걸었다.

 

기업소까지 가는 길에도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목적을 위해 탑승하고 하차하기를 반복하였고, 무엇인가에 부딪히지 않고, 사고를 내는 일만큼은 피하겠다는 생각으로 움직이니 규칙적으로 출발을 알리는 종소리 외에는 딱히 주의를 끌만한 것은 없었다.

 

모든 게 무난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느껴지는 강렬한 햇빛은 제복을 땀으로 적시기에 충분한 것을 넘어 피부를 따갑게 할 정도였기에 그것만 좀 없었으면 했지만, 여름이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 혹서기에는 그런 것을 바라는 것도 그저 공허에 외치는 꼴일 뿐이었기에 체념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비라도 좀 내려서 태양을 구름으로 조금이라도 가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마음이 무색하게 일광은 모든 것을 태울 것 같이 강렬하게 빛나는데, 그 광경에 나는 물론이고 안내양과 승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눈앞이 너무나도 밝아서 눈이 부셔 선로 사이를 무단 횡단하고자 하는 자가 나타난다면, 나도 모르게 부딪히거나 철로 운행 시간을 지키기 위해 발로 차버릴 것만 같았지만, 다행히 살짝 멀리서 보이는 기업소가 이번 운행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증명하였다.

 

 

 

차량 보관소에 도착하자마자 안내양과 함께 마차에 이상이 생긴 것은 없나 빠르게 확인하고는 보관소 옆의 휴게실로 갔다.

 

그곳에는 이런 저런 천박한 말을 지껄이고 있는 근로자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말에는 단 한 마디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대나무로 된 물통을 두 개 들고 밖으로 나와 안내양에게 건네주니 참으로 좋아하는 것이 보였다.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시니 은은한 단맛과 함께 땀과 함께 빠져나간 염분을 보충할 정도의 소금이 들어 있는지 짠맛도 느껴졌다.

 

원래 이런 것은 병원에서 콜레라에 걸린 환자에게나 먹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작년에 있었던 쟁의를 통해 육체 노동자에게도 지급하는 것으로 사내 방침을 바꿨는데, 그것이 참 잘 된 일이었음이 다시 한번 느껴졌다.

 

맞은편에서 무언가 인위적인 바람이 느껴져서 그 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안내양이 내게 신문으로 부채질하고 있는 게 보였다.

 

이런 단물을 마시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열기가 조금은 날아가는 것 같아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것만 같았다.

 

 

 

작년에 쟁의를 했을 때, 경찰 곤봉에 얼굴을 몇 대인가 맞았던 적이 있었지….

 

내가 요괴라면서 몇 대 맞아도 별 일 없을 거라며 제일 앞줄에 세워둔 걸 생각하면 지금도 괘씸하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그 결과로 이런 설탕과 소금 탄 물을 마실 수 있으니 나쁘기만 한 건 아니네.

 

이거 없었던 시기에는 여름만 되면 기력이 쇠하여 쓰러지거나 심하면 열사병으로 죽는 인간도 있었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열사병으로 죽은 근로자 얘기는 안 나왔네.

 

아프지도 않은 거 몇 대 맞으니 이렇게 유용한 게 생기는데, 이러면 투쟁인지 뭔지 하는 것을 좀 더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그런 걸 너무 자주하거나, 너무 큰 걸 요구한 녀석들의 끝이 굉장히 비참한 걸 생각해보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때에나 하는 게 좋겠다.

 

급여를 좀 더 올려주면 좋겠지만, 그걸 제외하면 아직까지는 크게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니까.

 

 

 

쉬는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다음 운행을 위한 정비를 해야만 하는 시간이기에 마차로 돌아가 다시 한번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였다.

 

그리고 마차의 객실을 청소하려고 했는데, 딱히 오물이 있지 않아서 청소는 생략하고 조금 쉴 겸 자리에 앉았다.

 

문과 창문을 열었지만, 승객들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보관소 안에는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지 바깥보다 조금 더 덥다.

 

그렇지만, 밖에 있으면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기에 그것이 너무도 귀찮아 차라리 더움을 감수하는 편이 나았다.

 

어차피 인간이 아닌 요괴이기에 내가 열사병으로 쓰러질 일 따위는 거의 없기에 참을 가치는 충분했다.

 

 

 

그렇게 고독을 조금 즐기려고 했으나, 마차 안에 있는 시계가 20분 남짓의 휴게 시간이 끝났음을 알렸고, 곧바로 안내양이 와서는 내게 몇 번인가 부채질을 해주더니, 슬슬 갈 시간이 되었다고 알렸고, 일은 해야 하는 만큼 그 말에 따라 다시 마차를 끌었다.

 

 

 

차량 보관소를 나와 선로를 따라 걷고, 마을 시가지의 입구에 들어와도, 다른 열차를 타고 출근했는지, 그게 아니면 오늘은 휴가를 낸 것인지 딱히 아는 얼굴을 볼 순 없었다.

 

굳이 일을 할 때 누군가와 인사를 나누고 싶진 않고, 이 더운 날에 대화를 하는 것은 더더욱 귀찮은 일이기에 어지간히 친한 게 아닌 이상 굳이 마주치고 싶진 않았는데,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싶어서 모자로 부채질하며, 계속해서 걸었다.

 

덥지 않고 선선한 날이었다면 모자를 벗은 것을 두고 예민한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저런 지적을 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같이 더운 날에는 그 누구도 이런 행동을 두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서 몸은 좀 불편했지만, 마음은 편했다.

 

제복에 딸려 있는 모자란 것이 그저 소속을 나타내기 위할 뿐, 햇빛을 막아주거나, 머리를 좀 더 시원하게 하는 역할은 전혀 없기에 간간히 보이는 다른 마부나 요괴들도 모자를 벗은 상태로 마차를 끌고 있는데, 마차를 직접 끌고 있는 요괴야 그렇다 치더라도, 위에 앉아서 말을 모는 마부 마저도 전신이 땀에 젖어 있는 모습을 보니 오늘이 유독 더운 것을 넘어 누구 하나 열사병으로 드러눕거나 죽어 무사고 0일을 유지하진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번이고 마을 시가지를 돌았다.

 

어느 때는 출근하는 노동자들이 보였고, 또 다른 때는 학모를 쓰고 더위에 찌들어 서로에게 불쾌한 말을 내뱉는 학생들도 보였다.

 

조금 늦게 작업장을 향하는 자들도 보였고, 각양각색의 행색을 한 많은 자들이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니, 어느새 점심식사를 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식사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쉬는 시간을 40분 밖에 주지 않는 것은 조금 너무한 것 아닌가 싶었지만, 다른 곳은 30분도 안 주는 곳이 있다는 말을 익히 들었기에, 이 정도면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낫기에 불평을 굳이 입에 담진 않았다.

 

 

 

식당으로 가니 몇몇 근로자들이 게걸스럽게 무언가를 먹고 있었는데, 배식 장소로 다가가니 종업원이 식판을 건네주어서 받았다.

 

달걀말이 두 개에 쌀밥 한 그릇, 소금에 절인 무 몇 개, 닭튀김 하나 정도로 그 구성에 대해서는 전혀 불평을 늘어놓을 수 없었다.

 

다른 기업소에서는 보리밥에 무짠지나 주는 아주 악랄한 곳도 있는데, 달걀도 있고, 양이 하나뿐이기는 해도 고기까지 주는 것을 보면 히에테츠(稗鐵)가 상당히 괜찮은 축에 들어가는 기업소임이 다시금 느껴졌다.

 

비록 제철소 쪽보다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내가 근무하고 있는 철도 쪽 역시 인간 마을 평균에 비하면 이런 부분에서 상당히 괜찮지 않은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달걀말이를 입에 넣었는데, 달콤한 것이 역시 설탕을 집어넣었음이 틀림없다.

 

거기에 더해 쌀밥도 도정이 잘 된 것으로 만들었는지 거친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

 

닭튀김은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짭짤한 기름이 나오는 게 기력을 채우기에는 충분했으며, 절인 무는 땀으로 부족해진 염분을 보충하기에 좋을 정도로 짠 맛이 강했다.

 

 

 

이런 음식을 먹기만 하여도 꽤 만족하는 자들이 근로자들인데, 어째서 다른 가진 게 많은 자들은 이런 부분에서까지 지출을 아껴 자신들의 먹이를 더 많이 확보하고자 하는 것일까?

 

짐승도 배가 부르면 먹기